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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소박한 꿈 꺾은 야속한 활동보조

작성자 : 이강훈 작성일 : 17-09-15 00:12 조회 : 5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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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소박한 꿈 꺾은 야속한 활동보조
 

15년 만에 시설 퇴소, 활동보조 '월 164시간' 불과
“자립생활 불가능” 호소…“심의위 결과 지켜볼 것”

출처: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다시 시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싶어요.”

15년만에 장애아동시설인 주몽재활원에서 퇴소한 윤여빈 씨(25세, 뇌병변1급·지적2급)가 ‘시설’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윤 씨는 만 9세부터 시설에서 살아왔다. 성인이 되면 퇴소하게 돼 있는 주몽재활원에서 자립한 동료들을 보며 막연히 자립생활을 꿈 꿨던 윤 씨는 지난 2015년 서울시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에 자립생활주택 입주지원도 신청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2년 뒤인 지난 7월 다시 한 번 탈시설에 도전한 윤 씨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 등급 심사를 받았다. 막연히 시설을 떠나 나가 살고 싶었던 윤 씨는 국민연금공단 조사관들에게 “뭐든 할 수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고, 월 71시간에 불과한 활동보조 3등급이 내려졌다. 이후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위탁 운영 중인 장애인자립생활주택에 입주했다.

윤 씨를 만난 한울림센터 양선영 소장은 장애에 비해 활동보조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느껴, 직원들과 오랜 회의 끝에 다시 국민연금공단 관악지사에 등급 이의 신청을 했다.

양 소장은 “윤여빈 양이 장애도 중증이고, 지적장애도 동반하고 있으며 뇌전증까지 있다. 어느 순간 발작이 일어나서 급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이 염려돼서 활동보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곧바로 이의 신청을 통해 재조사가 이뤄졌다. 윤 씨는 시설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후 자립생활을 시작한 만큼 자립생활의 어려움 등을 털어놓고, 일상생활 전반적으로 활동보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애타게 기다린 재판정 결과는 2등급. 3등급인 71시간 보다 23시간이 늘어난 94시간이 주어졌다. 이에 더해 추가급여로 기타 1인가구 20시간, 자립준비 20시간이 붙었다. 관악구에서도 30시간의 추가급여를 더해 총 164시간. 윤 씨에게 허락된 활동보조 시간은 하루 5시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야간과 공휴일에 사용하면 할증 때문에 3시간도 채 사용하지 못 한다.
22일 서울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총 3개단체는 연금공단 관악지사 앞에서 “윤 씨의 활동보조 등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등급 조정을 호소했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윤 씨가 제대로 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5시간정도의 시간으로는 화장실 이용, 식사, 세면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외 윤 씨가 시설을 나오며 하고 싶어 했던 영화보기, 쇼핑하기 등 소박한 외출이 허락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윤 씨는 “화장실 가고 싶은 것 가지 못 하고 생활교사 눈치 봐야 하고 시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주무세요 라고 묻는 게 일상”이라 꼬집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최재민 활동가의 발언을 듣다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윤 씨의 활동보조인 한정애 씨는 “처음 만났을 때 윤여빈 양은 착하고 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25살의 젊은 아가씨였다. 하지만 현재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으로는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할 수 없다. 집에서만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한 씨는 “자립 의지가 꺾여드는 모습에 안타깝다. 퇴근을 하면서도 아무 일 없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부디 여빈 씨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이후 한울림센터 오태경 대표, 양선일 소장 등 총 4명의 대표단은 이은상 연금공단 관악지사장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친 오태경 대표는 “윤 씨의 이의신청 건이 끝나서 등급변경 신청을 했으며, 재점검까지 나온 상태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공단에서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윤 씨의 등급을 다시 최종적으로 부과하는 과정이 남아있다고 하더라. 지사에서는 윤 씨가 원하는 시간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면담 결과를 공유했다.

이어 “일단 지사에서 긍정적으로 나와서 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볼 예정”이라며 “윤 씨 뿐만 아니라 탈시설을 하려고 지역사회에 나오는 분들에게 최소한 활동보조시간이 확보되는 첫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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