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취업 위험한 함정 ‘아무거나’
“내가 갈 곳은 여기!”…체계적,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나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특별한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바로 일자리 구하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전에 한국장애인개발원 사보에서도 한번 한 이야기를 늘여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고용공단) 담당자와 일자리 중개를 위한 상담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장애인 구직자들이 구직 의사와 희망 조건이나 분야를 잘 말하지 않거나, 그저 ‘아무거나’라고 이야기하면 조금 힘들어하고 황당해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더군요.
제가 만약 이 이야기를 들었다 해도 매우 황당했을 것입니다. 구직자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일자리에서 일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개 담당자들은 ‘실적’ 때문에(고용공단 담당자들은 장애인 노동자가 얼마나 취업했는지가 ‘실적’이라고 합니다) 그 주문대로 ‘아무거나’ 제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겉으로는 둘 다 이긴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둘 다 진 것입니다. 둘 다 손해를 봤기 때문이죠.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이 이야기는 좀 어려울 수는 있겠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있는지도 가끔은 의심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제 철학이긴 하지만 발달장애는 ‘똑같이 다르기’ 때문에 “발달장애 당사자는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특수학급을 맡아주셨던 은사님께 여쭤보니, 요즘 중고등학교 교육체계에서는 진로직업교육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장애와 비장애 여부를 떠나서 모두 똑같습니다.
제 대학시절 동기도 특강 강사로 나서기도 했지만, 요즘은 자유학기제를 통하여 다양한 것을 배우고 진로직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며, 실제로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이 쉴 새 없이 가정으로 전달된다고도 은사님이 전해주셨습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들도 학생일 때에는 진로직업 인식과 기본적인 역량강화, 구직 희망 분야를 미리 정할 수 있어야하는데, 다행히 은사님 팁이 있다면 공단 담당자들이 학생들을 찾아가서 고등학교 3학년 때 검사도 하는 등의 지원이 있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 입사 후 조치에 따라 검사를 받았고요.
이러한 역량 파악과 자신이 희망하는 직종을 고르다보면 대충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 것입니다. 만약 비장애학생과 통합교육을 받는다면 그 기회와 분야는 더 넓을 것이고요. 물론 비장애학생에 비해서는 좁고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의 장애학생보다는 넓겠지만.
또한 성인기에 가서야 발달장애가 드러나는(사실 저도 엄격히 말하면 그렇지만) 문제도 있어서 이 관찰과 관심은 한번 끊어지면 큰 문제가 발생하니, 관찰 대상이 바뀌더라도 어느 정도 연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많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본은 아직 성인발달장애 당사자 문제가 최근에야 대두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 당사자의 결정만큼이나 지켜보는 교사나 부모의 판단도 중요하긴 합니다. 직업 훈련이나 교육을 통해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물론 중요한 것은 역시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대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평안감사(평양감사라고도 쓰는데 제가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평안감사가 맞춤법에 맞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씁니다.)도 저 싫으면 할 수 없는 것처럼 이죠.
그렇게 되면 임금 문제가 걸리게 되는데, 고졸~대졸 신입 정도라면 130만원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참고로 2016년 최저월급은 126만 270원입니다. 쉽게 말해서 125만원을 월급으로 준다고 해도 법령 위반이라는 것이죠. (단, 이 계산은 월 209시간 노동시간과 유급휴일이 주어졌음을 기준으로 했음을 밝힙니다. 최저시급은 6,030원입니다.)
참고로 제가 공단과 상담하면서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은 150만원인데, 사실은 학자금대출 상환 금액 문제가 겹쳐서 씀씀이가 꽤나 크기 때문입니다. 월급의 40%를 상환에 투입하고 있을 정도거든요. 거기에 제가 대졸자일뿐더러 2년 동안 직장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변수입니다. 학력이 높고 경험이 많을수록 월급을 높게 치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즉, 진로 인식에서 출발해서 진로 탐색과 그에 맞는 훈련과 교육을 통한 취업지원이라는 순서도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그 와중에도 ‘아무거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저도 약간은 빠져있긴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무직이라면 아무거나’입니다. 저도 사무직에서 일하다보니 이제 슬슬 총무니 홍보니 이런 분야를 세분화하는 방향을 잡을 때도 왔습니다. (영업 분야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인관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아직 이런 것에 대한 ‘경험부족’ 등의 원인으로 이것이 확실히 개선해야할 문제점입니다.
현 노동시장은 특화된 인재일수록 경쟁력이 있는 시대라고 들었습니다. 발달장애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원인 중에는 경쟁력 부족도 한 원인입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발달장애 노동자가 된다면, 일반 기업에서도 충분히 데려다 쓸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나 스스로 살기 위해서는 ‘아무거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저 자신부터 빠져있는 ‘아무거나’의 함정을 극복하고,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내가 갈 곳은 여기!” 라는 자세로, “돌격 앞으로!” 자세로 일자리에 도전하길 빕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다 같이 찾아나서는 것이죠!
기사제공 :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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