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방문 민원인에만 정보 제공
시각·청각장애 등 이동 한계 배려 안 해
중증장애인은 대형병원으로 가야 진료
비싼 의료비에 경제 부담 만만치 않아
출처: 세계일보 /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임신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서 교육받은 적도 없고 전혀 몰랐어요. 임신하고 나서야 엽산제를 먹고 나와 애기랑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당뇨가 있는 사람이 엽산도 안 챙겨 먹었냐, 위험할 뻔했다’고 경고해 주더라고요.”(2년 전 제왕절개로 출산한 지체장애 5급 A씨)
#“임신 사실을 동네 병원에서 알았는데 신장 이식을 한 것 때문에 협진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야 했어요. 조산을 하게 됐는데 장애인은 보험가입도 안 되는 실정에 기본 2인 병실료 등 병원비가 너무 비싸 경제적 부담이 컸습니다.”(11살 자녀를 둔 신장장애인 B씨)
이들처럼 다수 여성장애인은 임신 전후와 출산에 이르기까지 굳어지다시피 한 정보·의료서비스 차별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비장애인이 원하는 정보·의료서비스에 수월하게 접근하거나 선택하는 것과 달리 장애로 인한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부실한 지원시스템이 맞물린 탓이다
◆유익한 임신·출산 정보는 언감생심
취재팀이 최근 여성장애인의 모성권 지원시스템 현황 설문에 응답한 서울(14곳)과 대구(4곳), 경기(13곳), 경남(14곳), 전남(7곳) 지역 기초자치단체 52곳을 대상으로 임신과 출산 전후 알아두면 좋을 6가지 정보를 지역 내 여성장애인에게 제공하는지 파악한 결과 “모두 다 제공한다”는 곳은 전무했다. △편리한 진료·분만 가능 의료기관 △임신 준비 장애인에 대한 건강 관리법과 출산 시 혜택 △임신기간 섭취 가능한 약물 △산전 검사 등 필수 진료 항목 △장애유형별 주의사항과 장애 유전 가능성 △산후조리 및 양육 관련 정보를 일부라도 미리 안내해 주는 지자체 역시 손가락에 꼽혔다.
대다수 지자체가 “보건소를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는 임산부들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거나 “별다른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불편한 이동권 등 정보 접근 한계성이 적잖은 장애인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5년 출산지원금(태아당 100만원)을 받은 전국의 여성장애인 49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임신 전 예방접종이나 보조제 적용 등에 관한 건강관리 방법을 보건소 등에서 교육받았다는 응답자는 33.1%(159명)에 불과했다. 여성장애인들은 주로 인터넷과 비장애인용 서적, 지인을 통해 임신과정의 주의사항이나 건강관리, 활용 가능한 제도와 서비스 등을 파악했다.
5살 딸을 둔 청각장애인 C씨는 “나의 청각장애인 등록사실을 알고 있는 지자체에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었다”며 “하다못해 수화 통역사를 이용 가능한 병원 정보라도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라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장애인이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도 떨어지고, 정작 본인의 장애가 임신,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나 위험성, 임신과 출산에 따른 장애 심화 가능성 등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해정 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선천적 장애가 아니라 사고에 의한 중도장애인도 본인의 장애가 유전될 가능성이나 기형아 출산에 대한 걱정으로 비싼 돈을 들여 별도의 검진을 받는 등 정보접근권 제약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높은 의료서비스 문턱과 일부 의료진 편견도 걸림돌
여성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달리 병원 선택 시 의료진의 실력이나 시설여건, 이동 편의성, 경제사정 등을 따져보고 고르기가 힘들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상급의료기관(3차 병원)을 이용해야 할 때도 잦다. 그러면 병원에 오가기도 힘들거니와 보험가입이 안 되는 현실에서 동네 병원보다 훨씬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느라 벅차다.
장애인개발원의 같은 조사에서도 여성장애인은 출산 전과 출산 과정에서 의료 이용 시 힘들었던 점으로 ‘의료비용 부담’(61.7%)과 ‘병원까지의 이동’(24.7%), 장애 산모를 고려하지 않은 의료시설과 장비(6.7%) 등을 지적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메일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