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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땐 책임” 각서 쓰는 장애학생 엄마

작성자 : 이강훈 작성일 : 17-09-21 00:53 조회 : 8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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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특별한 학교’]<中> 통합학교의 그늘


“말썽땐 책임” 각서 쓰는 장애학생 엄마

출처: 동아일보 / 이지훈 easyhoon@donga.com·구특교 기자



자폐성장애와 다운증후군이 있는 유정이(가명·17)는 일반학교에 다니다 두 달 전 집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인 특수학교로 옮겼다. 엄마 장모 씨(40)는 “아이가 갑상샘 약을 복용하고 있어 집에서 뛰어가 약을 전해줄 수 있는 학교에 보내고 싶었는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가는 걸 좋아하던 유정이는 언제부터인가 등교를 꺼렸다. 등굣길에 경기를 일으킨 날도 있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입원도 했다. 이상하다 여겼지만 언어 구사력이 달리는 아이는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하지 못했다.

5월 어느 날 유정이는 얼굴 오른쪽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집에 왔다. 같은 반 아이한테 맞은 거였다. 도우미 학생마저도 유정이를 괴롭혔다.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렸지만 학교폭력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학교에 항의하자 교감은 “이렇게 문제를 만들면 어쩌려고 그러냐. 고등학교는 안 보낼 건가”라고 말했다.

장애아동 10명 중 7명은 1994년 도입된 통합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많은 일반학교는 이들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중 70.6%가 일반학교에 다닌다. 이 중 17.4%인 1만5590명은 특수교사가 없는 학교에 다닌다.

지적장애 1급인 진호(가명·19)를 일반학교에 보냈던 엄마 김모 씨(50)는 학기마다 학교에 불려가 ‘아이가 기물을 파손하거나 다른 학생을 다치게 하면 학부모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특수학급이 있는 서울 영등포의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28·여)는 “장애학생이 소리 지르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 돌발행동을 하면 교사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학부모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시간에도 장애학생은 ‘방해물’ 취급을 받기 일쑤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주요 과목을 제외하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은 통합학급에서 함께 수업을 받는다. 장애학생을 고려해 교사가 거듭 설명하면 비장애학생들은 “진도가 느리다”며 불만을 토로할 때가 많다. 시험이나 입시를 앞두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장애학생과 함께 수업할 필요가 있느냐’는 항의 전화가 학교에 많이 온다고 한다. 통합학급 수업이라도 장애학생은 따라가기 힘겹다. 발달장애가 있는 성현이(가명·16)는 수업 때마다 딴짓을 하거나 책상에 엎드려 잔다.

교외활동에서도 장애학생은 소외된다. 교사들은 장애학생을 학교 밖으로 데리고 가는 걸 꺼린다. 자폐성장애 1급 지현이(가명·15) 엄마 한모 씨(50)는 현장학습 때마다 교사들 도시락을 싸와 현장에서 대기해야 했다. 학교에서 “아이를 현장학습에 보내고 싶으면 와서 직접 관리하라”고 했다. 1박 이상 하는 수학여행은 보낼 엄두도 못 낸다.

진정한 통합학습을 위한 여러 방안이 나오지만 특수교사 충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특수교사는 필요한 수의 60%대에 그친다. 교사나 비장애학생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노력도 절실하다. 교사를 위한 장애 이해도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들어야 할 의무는 없다. 비장애학생은 매 학기 한 차례 장애 인식 교육을 받는 데 그친다. 이마저도 동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는 게 전부다. 통합교육에 힘쓰는 양강중 김봉선 교사(52)는 “비장애학생이 장애를 직접 경험하게 해 단순한 배려가 아닌 이해와 공존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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