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응급 이송 지연으로 지적장애 거주인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시설이 거주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7일 거주인 故 김아무개 씨(지적 1급, 사망 당시 36세)의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A 장애인거주시설에 응급상황 대응지침 마련과 종사자 교육 등을 권고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거주인의 인권을 침해한 A 시설에 경고 조치를 내리고, A 시설의 권고 이행 여부 점검과 더불어 관내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김 씨는 사망 전날인 지난 2014년 9월 8일 오전부터 창백한 얼굴로 소리 지르는 행동을 보였다. 김 씨는 병원에 방문했으나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어 시설로 복귀했다. 그러나 김 씨는 오후 10시 20분부터 다시 이상 증세를 보였다. 시설에서는 김 씨에게 안정제를 먹이는 것으로 대응했고, 김 씨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생활교사가 9일 오전 12시 20분경 김 씨를 개인 차량에 태워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김 씨는 이송 중에도 생활교사를 때리고 할퀴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고, 이들은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결국 김 씨는 25분 거리의 병원을 50분이 지난 오전 1시 10분경에 도착했다. 이상 증세를 보인지 약 3시간 만이었다. 김 씨는 바로 응급실에 입원했으나, 부정맥이 심해져 오전 10시경 숨졌다.
인권위는 지적장애인의 특성상 신체적 이상을 호소하기 어렵고, 언제든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거주시설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시설이 거주인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 시설에서는 거주인 응급상황 대응지침이 전혀 없었다. 인권위는 김 씨의 특이 행동으로 응급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음에도 병원 이송을 늦게 결정한 점, 이송 과정에서 구급대를 부르지 않은 점, 2명 이상 직원이 이송하지 않은 점 등은 응급상황 관련 교육이 부재한 데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인권위는 이송 지연이 김 씨의 직접적 사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시설 측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김 씨가 적시에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상실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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