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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장애인 법제는 어떨까?

작성자 : 이진화 작성일 : 15-06-24 00:08 조회 : 4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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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한국의 장애인법을 살펴보는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장애인법연구회는 ‘법을 통한 평등 실현’이라는 주제로 1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각 나라의 변호사를 초청하여 장애인법과 관련한 각국의 정책과 입법 과정을 나누고 실제 소송을 통한 장애인 권리 구제의 실태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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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법연구회는 ‘법을 통한 평등 실현’이라는 주제로 12일 이룸센터에서 미국, 일본, 한국의 변호사를 초청하여 장애인법과 관련한 각 국의 정책과 입법 과정을 나누고 실제 소송을 통한 장애인 권리 구제의 실태를 공유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 미국, “장애인법의 가장 큰 성과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 

 

미국에는 장애인권리의 초석이 되는 법 3개가 있다. 미국장애인법(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과 1973년 제정된 재활법 504조, 장애인교육법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9년, 정신장애인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시켜 분리하는 것은 차별을 조장하고 미국장애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전 미국 법무부 장애인권국장이었던 존 워다치 변호사는 이를 주요 판례로 꼽으면서 “이로 인해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되고 독립과 통합을 증진하는 지원서비스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ADA는 이 법의 저촉을 받는 기업과 기관들이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정책, 절차, 실행을 합리적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장애인들에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사회 곳곳에선 변화가 일어났다. 장애인 안내견은 일반인에게 허가된 공간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게 됐으며, 학습장애인에겐 추가 시험시간이 제공됐고, 청각장애인은 화상 중개를 통해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시각장애인과 저시력 장애인을 위해선 웹사이트가 바뀌었다.

 

그러나 존 워다치 변호사는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는 사람들의 인식변화”라면서 “미국의 새로운 세대들은 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자라고 놀기에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도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것이다.

 

그는 이러한 미국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역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강력한 이행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행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라면서 이는 “의무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 차별은 무지에서 비롯되기에 이를 허물기 위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존 워다치 변호사는 “집중적인 또는 분리된 특별서비스가 필요한 장애학생이라도 하루의 일부분 또는 대부분을 통합된 일반 학교에서 보낼 수 있다”면서 “ADA의 성공은 다음 세대 장애학생들이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일반 교실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ADA를 통해 적극적으로 장애인 권리를 위한 소송에 나서는 미국 비영리 장애인 권리 법률센터 DRA(Disability Rights Advocates)가 소개됐다. DRA는 현재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시드 월린스키 DRA 변호사는 “DRA는 ADA를 통해서 지난 25년간 400여 개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중 7개의 사건을 제외하곤 전부 승소했다”고 밝혔다. DRA는 투표장 및 학교 접근권, 인도와 도로의 경사로,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표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택시 접근권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모두 승소했다.

 

현재는 장애인의 재난 대책과 관련해 도시별로 5개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월린스키 변호사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가장 고통받았던 이들이 장애인이다. 이들은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도시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져 있지 않았기에 불필요하게 많은 부당을 당하기도 했다”면서 도시 계획, 재난 대책 등과 관련해 현재 소송 중이라고 밝혔다.

 

# 일본, “실체법은 있지만 권리 구제 시스템 아직 없어”

 

일본에선 2010년 장애인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기본 방향이 제시됐다. 첫 번째는 장애인기본법을 개정하고 개혁을 추진할 체제를 만드는 것, 둘째는 장애인종합복지법(가칭) 제정, 셋째는 장애인차별해소법 제정이다.

 

2011년 장애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에 대한 의료모형을 사회모형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포함됐다. 또한 장애인정책위원회에 모니터링 기능을 부여하고, 장애인 시책의 목적을 장애인 지원과 사회적 장벽 제거로 잡고, 장애인을 보호 대상에서 권리 주체로 하여 개별시책을 재검토하는 것 등을 담았다.

 

2012년엔 장애인종합지원법이 공포됐다. 이 법은 신체·지적·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특정 난치병 환자도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지원 대상을 중증의 신체장애인 외에도 중증의 지적장애인 혹은 정신장애인으로도 확대했다. 중증장애인이라면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 일본 내각부 장애인제도개혁 담당 실장이었던 히가시 토시히로 변호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지급 결정'의 시스템은 현재까지도 논의 중”이라면서 “지급 결정 시스템은 굉장히 의학적인 기준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회모델이라는 관점에서 지급 결정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고 전했다.

 

2013년엔 장애인차별해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토시히로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실체법은 만들었으나 구체화된 구제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조정이나 법원 이외의 구제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차별을 구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 한국 “아직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 반영 못 해”

 

한국은 1977년 특수교육진흥법,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장애인에 대한 입법이 활성화됐다. 2007년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 차별 문제가 사회 전면에 등장하였고, 올해 11월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그러나 이러한 활발한 입법 정책에도 한국의 장애인정책은 아쉬운 점이 많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 2조에서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이라는 의료적 관점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장애인 개인이 처한 상황과 필요·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겨 장애를 낙인화하며, 장애를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신체기능 손상의 문제로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정신장애인들은 여기서 배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병원의 강제입원, 시설 입소 등이 구체적인 예이다. 또한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의 법적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되는 성년후견제 또한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도 현재 한국의 성년후견제는 장애인의 권한을 후견인이 대리하여 행사하는 대체의사결정제도라면서 이를 장애인의 자율성과 의지, 그리고 선호를 존중하는 ‘의사결정조력’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염 변호사는 신안염전노예 사건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장애인 학대 사건을 알리며 “이에 대한 처벌과 형사 절차, 피해자에 대한 사후구제책 및 장애인에 대한 권리옹호시스템을 담은 장애인권옹호 및 학대예방법(가칭)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전히 한국의 장애인 복지 정책은 ‘시설 수용 중심’이라면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탈시설 정책으로 나아가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장애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들이 겪어온 차별과 배제는 단순한 불편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시설에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젠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욕구와 의사를 반영한 복지를 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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