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장애가 있는 지적장애아동인 영민은 주말마다 엄마와 함께 서울 은평구에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실내놀이터에 간다. 한 시간가량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그곳은 영민이 안전하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영민은 친구들과 놀고 싶어 동네 놀이터에 가도 놀 수 없다. 또래 친구들은 영민을 자신들의 놀이에 끼워주지 않고, 저시력 장애가 있는 영민에게 가파른 미끄럼틀 등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놀이터 시설물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영민 엄마는 영민을 데리고 집 주변 마트나 백화점 실내 놀이터에 가보지만 안전을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영민 엄마는 영민이와 함께 한 시간 거리의 놀이터라도 찾아가게 된다. 토요일 오후엔 비장애 아이들도 와서 함께 논다. 그곳 아이들 대부분은 복지관에서 하는 장애인식개선 인형극이나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곳이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서로를 배려할 줄 안다.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특별히 낯설어하지 않고 함께 노는 분위기인 것도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12월, 서울어린이대공원 내에도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생긴다. 현재 장애아동은 안전성, 편의시설이 고려되지 않은 놀이터 환경, 장애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 내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즉, 장애아동이 놀이터를 이용하는 데에는 단순히 ‘장애아동이 이용가능한 안전한 시설물 설치’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와 비장애가 경계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을 담은 무장애통합놀이터가 12월,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오즈의 마법사’에 생긴다.
이 놀이터는 서울시설공단과 어린이대공원이 부지를 제공하고 아름다운재단과 대웅제약 ‘웃음이있는기금’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다. 여기에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아래 무장애연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등이 통합놀이터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발굴하고 연구하며 통합놀이터에 대한 안을 그렸다. 통합놀이터는 올해 9월 시공에 들어가 12월에 개장한다. 이러한 계획을 밝히는 무장애통합놀이터 세미나가 4일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무장애통합놀이터 세미나가 4일 이룸센터에서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
배융호 무장애연대 사무총장은 “‘통합’은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장벽의 제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놀이터에서 놀되, 동등한 주체로서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무장애가 장애인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면 통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등한 참여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영범 경기대 커뮤니티디자인연구실 교수는 통합놀이터의 사례로 독일을 소개했다. 독일의 경우엔 장애, 비장애뿐만이 아니라 폭넓은 연령대를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놀이터가 존재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한국과 같이 전형적인 ‘시설물 설치’만으로 놀이터를 꾸미지 않는다. 독일의 통합놀이터는 이야기를 부여한 놀이시설물을 설치함으로써 시설물 간 연결 구조를 만들어 놀이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또한 대부분 넓은 공원 내에 놀이터가 위치하며, 놀이터 바닥 또한 자연스러운 재료를 사용해 휠체어 통행로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으면서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애인만을 위한’, 혹은 ‘비장애인만을 위한’ 경계선을 자연스럽게 허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휠체어째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형 그네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탑승해 어울려 놀 수도 있다. 그네의 종류도 요람 형태의 그네에서부터 그물 형태의 그네까지 놀이터마다 다양하다. 또한 놀이시설 대부분이 휠체어 높이에 맞춰 제작되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으며, 시·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놀이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독일 Tabaluga 통합놀이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해 디자인 된 그네. 휠체어째 탑승할 수도 있으며 공간이 넓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럿이 함께 탈 수도 있다. ⓒ이영범 경기대 커뮤니티디자인연구실 교수 |
유소영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 국내사업팀장은 “놀이를 매개로 장애, 비장애 아동들은 건강한 또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서 “놀이는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가 이뤄지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풍성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서로 만나고 그 안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시행한다. 그리고 ‘깍두기’ 등 자신보다 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고 그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터득한다. 놀이에도 배움이 있다.
따라서 유 팀장은 “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일상에 들어오는 것”이라면서 “일상에 들어오기 위해선 지역사회에서 이를 공공복지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보편적 디자인을 적용한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져야 하고 장애, 비장애 아동의 놀이에 대한 욕구·수요 실태가 파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장애통합놀이터 연구진은 향후 이를 만들기 원하는 지자체, 복지관, 개인, 기관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와 지침을 담은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조금씩 장애인을 위한 행정들이 다가오고 있긴한데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게 사실이지요..
하루빨리 장애인들이 편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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