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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 10분에 한번꼴… "지원금 왜 끊어" 멱살잡이도

작성자 : 이강훈 작성일 : 17-08-08 04:41 조회 : 5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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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공무원의 하루 "동행취재"

독거노인 집 도배·쓰레기 정리… 주 46시간 일하고 월급 160만원


출처: 조선일보 / 최원우 기자 - 백윤미 인턴기자


- 복지공무원 95% "폭행 당했다"
- 52%,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겪어

- 낮게 보는 시선이 가장 불편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 골목 반지하 단칸방. 이 동네 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박해성(39) 주무관이 봉사자 5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단칸방에 홀로 사는 장모(69) 할머니가 "비가 자주 내려 벽에 곰팡이가 생기고 악취가 풍긴다"며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박 주무관과 봉사자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옷장, 식탁 등 살림살이를 끄집어내고 도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넉넉하게 풀칠을 해도 벽지가 눅눅해진 벽에 쉽게 달라붙지 않았다. 한여름 무더위에 순식간에 옷이 땀에 젖었다. 박 주무관은 마음이 급해졌다. "아무래도 점심 전에 일을 끝내기 어렵겠어요. 오후에 요구르트 배달 업무가 있는데 큰일났네." 주민센터에선 이 동네 독거노인 92가구에 이틀에 한 번씩 요구르트를 배달하며 노인들의 건강을 살피는 일도 하고 있다.

◇궂은일 도맡는 '현장 반장'

사회복지사 자격이 있는 본지 인턴 기자가 용답동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하루를 체험했다. 이 주민센터 소속 복지공무원 7명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48가구를 비롯해 독거노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 1077가구를 돌본다. 한 사람당 150가구 꼴이지만, 궂은일도 마다않고 척척 해낸다.

작년 용답동에 큰불이 나 주민 가구 3동이 완전히 전소하는 일이 있었다. 이때도 주민센터 복지담당자가 봉사자들과 함께 도배부터 장판 작업까지 뒷정리를 책임졌다. 비가 많이 와 침수 피해가 나도 이들이 출동한다. 자꾸 쓰레기를 집 안에 들여놓는 노인 집 쓰레기 정리를 도운 일도 있었는데, "사흘간 2.5톤 트럭 25대분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박 주무관은 "그래도 현장을 돌아볼 시간이 있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현장에 자주 나가봐야 주민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무원의 주간 평균 근무시간은 46시간24분이다. 이들은 월평균 21시간48분 연장근무를 한다. 9급 초임 기준 월급은 수당을 다 합해도 최저임금(135만2230원)을 조금 웃도는 160만원 수준이다.

◇민원인 소란에도 "이젠 웃지요"

이 주민센터엔 보통 10분에 한 통꼴로 악성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 민원인들이 직접 센터로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일도 많다. 이날도 소주 네댓 병은 마신 듯한 민원인이 불콰한 얼굴로 찾아와 "동장 나와!"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던 이모(29·여) 주무관은 "이젠 익숙해져 가벼운 성희롱쯤은 그냥 웃어넘겨요"라고 했다. 인턴기자가 민원인을 잠시 바라봤더니 "뭘 쳐다보느냐. 날 무시하는 거냐"며 소리를 질렀다. 주민센터 복지공무원 '청일점' 박 주무관이 나서서 한참을 진정시켜 돌려보냈다.

자격을 속이고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받는 사례를 찾아내는 것도 복지공무원의 주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혜택이 끊긴 주민이 찾아와 흉기를 들이대거나 멱살을 쥐는 일도 있다"고 한다. 전국 복지공무원 95%가 민원인에게 폭행당한 경험이 있고, 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가 51.9%에 달하며,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일반인의 세 배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격무보다 불편한 건 "우리를 낮게 보는 시선"이라고 했다. 복지공무원은 1987년 별정직으로 시작해 역사가 짧고, 경쟁률도 행정직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공무원 사회에서 비주류라는 인식과 함께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공무원은 업무상 악성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종의 감정 노동자"라며 "공무원 수를 늘려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스트레스 관리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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