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장애로 인한 고정적 전력 사용 이중고
출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8-23 17:17:31
“더운데 어떻게 사느냐”
만나는 사람마다 더운 날씨로 인사를 시작한다. 올 여름은 정말 더웠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보려고 너도나도 에어컨을 준비했지만 마음대로 에어컨을 켤 수가 없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되는 누진제 때문이다.
서민들에게는 에어컨 가격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큰 맘 먹고 준비한 에어컨이 요금부담으로 인해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라고 아우성이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닌데 올해 유독 누진제가 문제되는 것은 올해 여름이 유달리 더웠기 때문일까.
한국전력공사에서 내 놓은 여름철 적정온도는 26도이다. 사실 26도라고 해도 약간은 덥다. 그런데 바깥 날씨는 연일 30도에서 35도를 오르내렸다.
누진제의 원리는 간단하다. 물건을 많이 살수록 값을 더 많이 내는 원리다. 물건을 많이 살수록 값을 싸게 해 주는 게 일반적인 할인인데 이와 반대로 누진제는 쓰면 쓸수록 더 많이 내야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요금이다.
가정용 전기(저압)는 100kwh 미만은 1kwh 가격이 60.7원이므로 어떤 가정에서 100kwh의 전기를 사용했을 경우 전기요금은 6,070원이 된다. 그런데 에어컨 등 전기를 좀 많이 사용해서 100kwh보다 6배나 되는 600kwh나 사용했다. 이럴 경우 전기요금은 6,070원의 6배가 아니라 11.7배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이 나오냐고? 바로 누진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누진제로 1단계부터 6단계까지 구분되어 있는데 처음 100kwh까지는 60.7원이고 그 다음 100kwh까지는 125.9원, 그 다음 100kwh에 대해서는 187.9원이다. 그리고 6단계인 500kwh가 초과되면 요금은 709.5원으로 1단계의 11.7배가 되고 만다. 그야말로 전기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셈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요금구조 개편을 정비하여 1974년 12월 7일부터 시작되었다. 그 때는 모두가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이라 전기를 많이 쓸수록 더 높은 요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절전과 저소득층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을 다 만족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못 살던 시절인 1974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대부분이 잘 먹고 잘 사는데 못 살던 시절에 시행된 3단계 누진제가 없어지기는커녕 2004년 오히려 6단계로 조정되었다.
누진제라는 것은 일종의 징벌제다. 음주운전을 세 번 하면 안 된다는 삼진아웃제도 마찬가지다. 그 밖에도 행정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삼진아웃제를 실시하는 데가 더러 있다. 전기요금과 비슷한 예로 수도요금도 누진제다. 그리고 상속세도 누진제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형평성이기는 하지만…….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에 시행되었다. 그 때만 해도 잘 사는 집에나 선풍기가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채로 더위를 견뎠다. 그러다가 선풍기가 보편화 되었고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누진제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 얘기지만 올해 유독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 개인은 물론이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합세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제야 합세하는 것은 좀 그렇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라면 거의 돈 있는 사람들이니까 전기요금 몇 십만 원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될 터이고, 더구나 국민들의 민심 같은 것은 아랑곳 하지도 않았다가 언론에서 연일 때리니까 마지못해 나온 것 같다.
전기요금 누진제의 시작이 절전과 저소득층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 저소득층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았었다. 2004년 봄인가, 장애인 단체에서 싸움 싸움해서 겨우 얻어 낸 것이 2004년 3월 1일부터 1~3급 장애인은 전기요금 20%가 할인되었다. 그 후부터 장애인 등 수급자에게 복지할인이라고 해서 20% 할인이 되었으니 그마나 감지덕지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2012년 9월부터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20% 할인을 8천원 할인으로 묶어 버렸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형광등 2~5개, 텔레비전, 컴퓨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세탁기, 냉장고, 전기장판, 선풍기 등은 최소한의 기본이다. 그리고 온풍기나, 에어컨 등이 선택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다 있다. 아파트의 크기에 따라 가전제품의 크기나 성능이 달라 질 뿐이다.
그럼에도 복지할인이 8천원 이라니, 한 달 전기요금이 10만 원 정도 나오는 사람들은 20%가 할인되어 약간의 보탬이 되었는데 8천원 정액제가 돼 버린 것이다. 웬만한 장애인들은 너무 한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한참 시끄러울 즈음 한 장애인이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한 A씨는 호흡기장애인 1급의 아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6월 요금이 30만원이 넘었다는 것이다.
“산소호흡기도 켜야 하고, 장마철이라 가습기도 켜야 되고, 환자나 마찬가지라 온도 조절을 위해 에어컨도 켜야 하고, 어쩌다 외출을 할 때면 전동휠체어도 충전해야 되는데 지난 달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누진제 때문에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A씨는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는 자꾸만 산소호흡기를 뺀다고 했다.
“호흡기장애인이 산소호홉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죽으라는 말 밖에 더 됩니까?”
호흡기장애인은 장애 1급의 복지할인 외에 산소발생기는 생명유지장치라해서 약간의 할인을 더 받는다. 그럼에도 누진제 때문에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단다. A씨는 성이 나서 보건복지부 등에 건의를 하겠다고 해서 건의문이 작성되면 필자에게도 좀 보여 달라고 했다.
“며칠 생각해 봤는데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건의 한 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A씨는 건의문을 안 쓰겠다고 했다. A씨가 보내 온 고지서를 보니 전기요금에는 부대경비가 포함 된 금액이고 제법 좋은 아파트에 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A씨의 목소리는 비장하기까지 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일단 제가 건의를 해 볼게요. 필자는 오히려 A씨를 달래어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지체장애 1급 B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동스쿠터를 충전하는 비용이 몇 만원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누진세가 적용되어 우리 집에는 에어컨도 없는데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다시 옛날처럼 20% 할인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B씨는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에어컨도 못 산다고 했다. 전동스쿠터 충전에다 여름이라 선풍기 5대가 추가 되었단다. 그의 집에 3대(아들하고 딸), 그리고 혼자 사는 두 가구가 더 있단다. 그 사람들에게 3만원을 받는다 해도 자기가 5만 3천원을 부담해야 할 테니 너무 한 금액이란다. 그렇다면 두 가구부터 분리해서 조금이라도 누진세를 줄이도록 해 보세요.
그런데 지체장애 1급 C씨는 더 기가 막힌 얘기를 했다. 7월에는 에어컨을 한 번도 틀지 않아서 7만여 원이 나왔는데 8월에는 18만원이 나왔단다. C씨는 의수의족을 한 상태라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7월에는 참고 견뎠다는 것이다. 물론 8천원은 할인 받은 상태다. C씨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팩스로 받았다.
“8월분이 7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던데 9월에는 더 나오지 않겠습니까?”
C씨가 썩 잘 사는 상태도 아닌데 이런 상태니 과연 이를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여기저기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아우성을 치자 한국전력공사에서는 7~9월 전기요금은 누진제에서 50kwh씩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물론 비장애인 기준이지만 일시적인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 같다.
요즘은 장애인도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이 많아 복지할인 8천원으로 덕을 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부부와 자녀 등 2~3인 가구에 전동휠체어나 산소호흡기, 그리고 가습기와 에어컨 등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장애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누진제가 없어지면 제일 좋겠다. 그러나 누진제를 없애기가 어렵다면 6단계가 아니라 3단계쯤으로 낮춰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컴퓨터 등 정보보조기기의 사용이 많은 시각장애인,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를 사용하거나 산소호흡기 등을 사용하는 장애인 가정만이라도 누진제를 폐지했으면 좋겠다. 누진제 폐지가 정 어렵다면 처음 1단계를 100kwh부터가 아니라 200kwh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장애인은 주택용이 아니라 산업용으로 적용시켜 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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