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컨텐츠

SINCE 1950

숭덕원과 함께
사람존중 사랑나눔

복지 이야기

TOP

[BeMinor] 여전히 표류 중인 ‘권리옹호시스템’ 논의… ‘필요성’ 인지하지만 ‘어떻게?’

작성자 : 강미훈 작성일 : 16-02-29 09:09 조회 : 352회

본문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확립 둘러싼 토론회 열려
“권리옹호에 대한 촘촘한 체계 없어 구제할 수가 없다” 현장의 목소리 터져
등록일 [ 2016년02월24일 17시27분 ]

미국의 장애인 권리옹호(Protection and Advocacy, P&A) 시스템에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장애계도 십여 년째 권리옹호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 차별 시정에 대해 권고도 하며, 최근 제정된 발달장애인법에선 발달장애인 권리 옹호를 명시하고 있어 언뜻 많은 변화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 필요에 비하면 그 성과는 미미하다. 
 

이러한 현실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23일 국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 주최로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확립을 둘러싼 또 한 차례 토론회가 열렸다.
 
1456303821-40.jpg 23일 국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 주최로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확립을 위해 현실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대부분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인권센터 설치… 법률에 따른 공적기구로 확대돼야

미국의 장애인권리옹호 시스템은 8개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를 이행하는 기관이 각 주에 설치되어 있다. 처음에 시설 거주 장애인의 인권침해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P&A 시스템은 현재 장애인에 대한 학대, 유기뿐만 아니라 차별방지, 통합교육과 특수교육, 이동권, 선거권 등 장애인의 전반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1456303846-17.jpg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캘리포니아 P&A 시스템의 2013년 예산은 한화로 무려 238억 원”이라면서 “연방정부가 45%, 주 정부가 31% 정도 예산을 보조하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 등의 지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P&A 시스템은 캘리포니아주 21곳에 지역센터를 두고 있으며, 상근 변호사 및 직원 수만 220여 명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권리옹호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대개의 경우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설치된 장애인인권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의 올 한 해 예산은 5억 원가량이다. 센터는 장애인 인권침해에 관한 상담 및 사례관리, 인권교육, 장애차별 조사 및 구제 등의 활동을 한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법률에 근거를 두지 않은 조례상 기구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조사권 등이 제한되며 중앙정부 지원도 어렵다”면서 “법률에 따라 뒷받침되고 공적기구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발달장애인법에서도 장애인 권리옹호를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권리옹호의 역할을 함께 맡는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해 권리구제절차 등이 섬세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발달장애인법보다 지난해 6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정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중앙과 지방에 설치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그 역할의 범위를 ‘학대’ 관련 업무로만 제한한 것이다. 여기서 장애인 학대란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임 변호사는 “과거 복지부 담당자는 인권위가 있는데 P&A가 왜 차별에 관한 업무를 하느냐며 차별은 인권위가, P&A는 학대에 대한 업무만 하면 된다고 했다”라고 복지부의 몰이해를 꼬집으며, “그럼에도 학대 종료 이후 어떻게 지원하고 장애인의 자립을 도모할지에 대한 내용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바람직한 장애인 권리옹호체계에 대해 “정부, 지자체, 서비스 제공자(시설)로부터 독립된 기구”여야 하며, “보호 담론에서 벗어나 권리옹호라는 관점을 철저히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인을 인권의 주체로 보고, 학대와 방임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시민권 보장, 차별 방지 등의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리옹호에 대한 촘촘한 체계 없어 구제할 수가 없다” 갑갑함 호소 

1456303874-98.jpg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선 현장에서 장애인 권익옹호를 지원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장애인 권리옹호 활동을 지원하며 겪는 민간기관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장추련은 2008년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바탕으로 ‘15771330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1년 동안 접수되는 상담 수가 서울만 200~300여 건에 이르며 단순 정보제공 등을 제외하면 상담사례 1건당 평균 1개월 정도 상담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평지엔 농어촌 지역의 목장, 외진 바닷가 식당 등에서 발생하는 발달장애인 인권침해사례도 해마다 몇 건씩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권리구제를 이행하는 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김 사무국장은 “민간기관은 조사권이 없다. 그래서 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권리옹호에 대한 촘촘한 체계가 없어 이들을 구제해줄 수도, 아무런 대응도 할 수가 없다”고 갑갑함을 표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의와 범위에 초점을 두고 있는 법으로 사후관리, 권리구제 등에 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면서 “실제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법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을 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결정적 문제이자 한계점으로는 법률적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문제에 대한 맥락 파악과 해결 방향이 장애인 당사자의 진술에만 기대 자칫 편향되어 진행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차별 시정을 위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단체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받게 되면 공공기관이 가해 측일 경우 접근이 제한되거나 외압의 가능성이 있어 독립적 보장이 어렵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단체는 끊임없는 차별사항들에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으며 매번 벌어지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여러 차례 언급된 민간단체의 조사권의 필요에 대해 이인영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은 “조사관 입장에선 조사권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조사당하는 입장에선 자신이 왜 조사를 당해야 하는지 싶기도 하다”면서 “조사 자체가 정당함을 앞세워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조사관은 “조사를 위해선 정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아 인권위 조사관도 진정이나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면서 “권한만이 아니라 남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에 무한한 책임이 요구된다”며 이에 대한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밝혔다. 
 
‘P&A 유효성’에 대해 의문 제기되기도

그러나 이날 토론에 대해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연구실장은 “P&A 시스템이 우리나라 장애인 권리옹호 체계 구축에 있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라고 물음을 던졌다.
 
김 실장은 “장애인차별 시정기구인 인권위와 지역 조례에 따른 장애인인권센터, 발달장애인 권리옹호 기능을 가진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그리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 네 기관은 각기 별도의 실행기구이기에 이들 사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능과 역할을 통합 및 재조정하여 하나의 P&A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한국적 상황에 맞는 현실적 대안으로 영국의 CQC(Care Quality Commission)를 제시했다. 김 실장은 “영국은 미국과 같은 P&A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진 않으나 P&A 시스템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인 시설과 병원에 대한 항상적 감시를 독립기관인 CQC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면서 “CQC는 영국 내 정신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원과 장애인, 노인 등의 거주시설과 모든 의사에 대한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모니터링과 감사를 수행하고, 시설폐쇄를 포함한 강력한 규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라며, 국내 도입 검토를 제안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X

이메일무단수집거부

X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