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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은 복용횟수나 복용방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을 때가 많다. 의사의 지시가 필요 없는 약이니 만큼 적당히 먹어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안이한 생각이 때론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한 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간과하기 쉽다.
최근 ‘공공정책과 마케팅(Public Policy & Marketing)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약품 사용 설명서를 비교적 자세히 읽는 사람들조차 약에 든 유효성분이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약들은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타이레놀과 종합감기약= 감기에 걸리면 두통, 인후통, 발열 등을 완화하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이 들어간 종합감기약을 먹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타이레놀까지 함께 먹으면 아세트아미노펜의 하루 상한치를 초과하게 된다. 타이레놀에도 동일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의 하루 상한치는 4g으로 이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면 간이 손상을 입게 된다. 간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연구팀의 설명이다.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제라든가 열을 내려주는 해열제라고 명시돼 있는 약은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돼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성분을 확인하고, 가급적 함께 먹지 않아야 한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도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조합이다. 약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가 동일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률이 높아진다.
부작용은 가벼운 욕지기부터 심각한 소화관 출혈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한 번에 한 가지 종류만 복용하고 어떤 약이 어떤 통증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가령 사람에 따라 두통 완화에는 이부프로펜이 효과적이고, 근육통에는 나프록센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와 멀미약= 항히스타민 작용을 하는 알레르기약은 메스꺼움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는 멀미약과 함께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코 훌쩍거림, 눈 충혈, 재채기 등을 치료하는 디펜히드라민이라는 동일한 유효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성분을 과다 복용하면 나른하고 졸린 상태가 된다. 만약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상태에서 멀미약을 먹어야 한다면 디펜히드라민 대신 메클리진이라는 성분이 들어간 멀미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지사제와 칼슘보충제= 로페라마이드라는 성분이 든 지사제는 설사를 멈추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약을 칼슘보충제와 함께 먹게 되면 오히려 역으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칼슘은 변을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사로 배변활동에 문제가 있을 때는 일시적으로 칼슘보충제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 좋다. 며칠간 칼슘보충제를 거른다고 해서 뼈 건강에 큰 손상을 입을 확률은 적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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