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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유영희 상임대표
출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6-24 08:20:15
지난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제9차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가 열렸다. ‘모든 장애인을 위한 2030 개발의제 이행: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기’라는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가 진행되었다.
14일 개막식 날 진행된 비밀투표에서는 18명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 중 9명이 새로 선출되거나 재선되었다. 그런데 18명의 위원 중 여성은 단 한명에 그쳤다.
여성장애인의 주류화를 부르짖기 위해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여성장애인 당사자로선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기에서 보기 좋게 여성은 소외되었다.
제 6조 장애여성의 단독조항의 의미마저 흐릿해진다. 위원회에서 마저 여성장애인 문제를 남성에 의해 결정지어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여성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힘써야 하는 위원회에서 시혜적 대상자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위원회 1기(2008-2010)는 12명 가운데 여성이 5명(42%), 2기(2010-2012)에는 18명 가운데 8명(44%), 3기에서는 18명 중 7명(39%), 4기에는 18명 중 6명(33%)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더니 급기야는 올 들어 18명 중 1명이 되고 말았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34조(장애인권리위원회) 4항에 ‘당사국은 공평한 지리적 배분, 다양한 문명형태와 주요 법체계의 대표성, 균형 있는 성별 대표성 및 장애인 당사자인 전문가의 참여를 고려하여 위원회의 위원을 선출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협약에서 명시하고 약속한 균형 있는 성별 대표성을 위원회 스스로 저버렸다.
국제협약이며 인권조약을 앞장서서 지키며 국가가 젠더관점에서 여성장애인에 대한 조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권리 옹호에 나서야 할 위원회가, 날이 갈수록 젠더관점이 퇴보하고 있는 모습은 유엔 자체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금번 후보 중 여성후보는 세 명이었다. 설사 세 명의 여성후보가 모두 당선된다고 하여도, 재선된 테레지아 데게너를 포함 여성위원은 4인에 불과하다. 이미 4기에 비해 2인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위원회는 이를 인지하고 균형 있는 성별 대표성을 언급했어야 했다.
결국 후보에 등록하였던 세 명의 여성 후보는 탈락하고 재선된 테레지아 데게너 한 사람의 여성만이 외로이 위원으로 남았다. 테레지아 데게너 위원은 이제부터 위원회 내에서 여성장애운동을 펼쳐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비단 위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후보자를 추천하는 각국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 의식을 무시할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 여성장애인은 늘 변두리다. 국제적인 장애인조직에서 여성은 분과나 위원회로 존재하며 여성장애인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가장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여성장애인에게 국제적인 힘을 규합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정부나 기업도 없다. 자국에서, 여성장애인의 삶이 다중차별을 받다보니 국제무대에 설 수 있는 인재로 자라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알기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제6조가 단독조항으로 존재하고, 균형 있는 성별 대표성을 명시한 것이 아니던가!
여성 속에서는 장애인이라 소외되고 장애 속에서는 여성이라 소외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정 10주년을 맞는 해에 여성장애인은 갈수록 퇴보하는 유엔 속의 젠더 관점에 나오느니 그저 한숨이다.
차기 위원 선출에서는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품는 것이 혹 부질없는 것은 아닐까? 한국 정부가 위원 후보를 추천할 때 여성장애인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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